연시를 몇번이나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운다. 네 덕에 멀쩡했던 지우개 하나가 반이나 닳았다. 멀쩡했던 내 애간장도 끙끙 앓다 죄다 닳아버렸다. 

 단어를 고르고 골라도 내 마음에 비할 바 없고, 그 어떤 연시도 내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해서. 나는 하릴없이 지우개만 문댄다. 책상위엔 온통 지우개 똥 뿐이다. 

 몇번이나 다시 태어나도 너 뿐이라 하는 하릴없는 밀어들은, 이별이 오는 순간 너무나 연약한 언약이 되어 옥쇄한다는 것을 알기에, 사랑이란 이름의 욕심을 조금 접어두고 접어두며 살아가려했다. 

 그래, 접고 있다. 연시를 쓰다 나는 홀로 마음을 접고 있다.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라 하여 연필로 썼더니, 온통 지우개 똥만 가득하다. 이젠 괜찮은데. 왜 괴로워서 결국 다시 이렇게 네 생각을 주섬주섬 꺼내는지 모르겠다. 

 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쁘기만 해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워서 나를 울게 만드는구나.

 네가 나를 사랑한다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스쳐지나갈 아무것도 아닐 인연이였을텐데. 왜 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니.

마음을 접으면서 사랑한다 말하는 내 나쁜 버릇을, 너는 이해해주려나.

 내 모든 그리움의 끝을 잡고 엿가락처럼 늘리는, 그러나 방울 소리처럼 섬뜩한. 네 차가운 시선 끝에, 네 뜨거운 혀 끝에 내가 있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해. 겨우 겨우 붙들고 있는게 온통 무너져내리고 흘러내리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해.

 사랑한다 한마디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너는 이해해주려나. 

 내 손톱에 기꺼이 할퀴어지겠다니, 그럼 내 송곳니는 어때.

 내 사랑은 이런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