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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떠나겠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어.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내가 입이 열개인들 무슨 할말이 있겠어. 내가 다 잘못했는데. 

왜 그렇게 어린나이에 만났을까, 왜 하필 그 때 만났을까. 왜 하필 네가 내 첫사랑이였어야 할까. 두번째 사랑이였으면, 정말 잘했을텐데. 

너 내 앞에서 울었잖아. 나 머리라도 박고 죽고싶었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 그래야 될 것 같았어. 왜냐고?

난 사실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았거든. 그래서 사실 너를 사랑하는 내가 못내 싫었어.

네가 눈물 고인 눈으로 날 올려다보면서, 그랬지.

너는 사실 나를 사랑하지 않지.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거지. 

아니. 내 평생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오직 너 뿐이야.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너 뿐이야. 

끝난뒤 나도 정리했어. 딱히 미련은 없어. 나 원래 그렇잖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도, 아무것도 없어.

그냥

그냥

그래.

그 사람이 보고 싶은게 아니라, 그때의 우리가 보고싶은거라고. 나는 아니야. 나는 그때의 우리보다 그때의 너가 더 보고싶어. 

네 생각도 이제 점점 나지 않고, 이제 딱히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은데. 그리움은 괴로움보단 그저 쓸쓸함을 머금고 있을 뿐인데.

왜 우리가 서로 첫사랑이였어야 했을까.

그냥 그게 싫어.



눈을 감으면 아직도

나 다 기억나

네 목소리

네 체취

네 목

네 허리

네 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네 얼굴.

네 손


 내가 너를 어떻게 사랑했느냐고 너 죽었다 깨나도 모를걸. 너는 내마음 죽어도 모를걸. 사랑한다고 말할때마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던 내 마음은 모르지. 죽어라고 사랑하면서도 너에게서 도망가고 싶었던 내 가난한 마음, 너 모르지. 너, 너 아무것도 모르니까 나한테 그런말 했지.

 네가 내 첫사랑이 아니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두번째, 세번째였다면.

 나, 나, 나, 나로 꽉 차있던 내 안에 너는 왜 이렇게 크게 다가와서, 나 온통 너의 색에 물들자마자 너, 그렇게 떠났어. 네가 떠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왜 왜 왜 날 사랑했어? 난 그렇게나 한심하고 그렇게나 더럽고 그렇게나 나쁘고 그렇게나, 그렇게나. 왜 하필 나한테 사랑을 알려준거야. 하고 싶었던 말이, 하고 싶었던 일들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뒤로 다 쌓아놓고, 조금 내비쳐보지도 못하고, 너 없어졌어.

  네가 떠난다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네가 올때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네가 갈 때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지. 그냥 바라보다, 바라보다 바라보다, 무너지다, 무너지다, 무너지다, 그렇게 견디다, 그렇게 무뎌지고 잊혀지더라고. 다들 그렇게 사는거겠지.

 야.

 너 나한테 왜 그랬어. 사랑같은거 몰랐으면 차라리 지금 다 포기하고 살았을텐데. 보고싶다. 그때의 너. 그때의 어리고 어리고 어렸던 너. 무슨 말을 할까. 

난 왜 미안하다는 말만 떠오를까.


 네가 떠난다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내가, 뭘 어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