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 기다리던 님은 오지 않고 '

라는 문장의 비극은  '님은 오지 않고' 가 아니고 '기다리' , '기다리던'말고 '기다리' 이 세글자인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고 있는 허구의 공공의식은 정말 얄팍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혁명들이 사회바닥을 쓸어내리고 우린 아무렇지 않게 그의 위를 걷는다.
 
 우린 구름위를 걷고 있다. 그렇지만 행복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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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어디가 좋았냐고 묻는다면 그 소같은 얼굴로 그 바보같은 말투로 그 도톰한 입술로, 아무렇지 않게 정곡을 찔러대며 또 아무렇지 않게 웃어대는 솔직함이 좋았고, 커피를 손등에 쏟아도 꿈벅대는 그 병신미가 좋았지. 킬킬대며 놀리다가도 아무렇지 않게 큰 손을 내미는 자상함도 좋았고, 늘 이상한 옷만 입고 다니면서 '꾸미고 나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정신머리를 좋아했지.
 순둥순둥 자상자상한 얼굴로  '그러면 안돼'라고 하는 뚝심에, 잠을 줄여가면서 일에 빠진, 어울리지 않게 워커홀릭이라는 사실이 또 새로워서 반했는지도 모르겠다.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하는 그 자상함은 거의 덫이였다고 보고 있고, 내 손목을 잡아끄는 너는 묘하게 익숙했다는 것에서 낯설음을 느껴야만 했고, 음,  목덜미에서 나는 네 냄새는 나를 무장해제시켰다. ex와 첫사랑을 섞어놓은 것 같은 부분에 너만의 치명적인 부분이 나를 트라우마와 현실 사이에서 괴롭게했다.
 곧지 않은 눈으로 그저 나를 바라보는 애정이 두려웠다. 평소엔 계산기 잘 누르시잖아요, 이번에도 한번만 눌러보시죠. 보란듯이 잊어줄테니까. 한번 쯤은 눌러보지 않나, 그나이쯤 되면?
 어떻게 하면 이제 그만 나도 평범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나랑 친구로는 못지내겠다던 김씨, 잘 살고 있을까.
' 사랑스러운 사람이 나타나면 두려워서 끊어버리고, 우정을 줬던 사람이 사귀자고 하면 배신감에 치를 떨고, 그저 그런 사람이나타나면 귀찮아서 끊어버리고, 나는 애초에 연애를 할 수 있는 잉간이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