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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처럼 요사스럽게 날름거리며 혓바닥을. 그러나 천진한 여우의 콧망울 같은.  나를 혹시 아나, 그게 나였으면 좋겠네.

 아무말도 하지 않기로, 그리고 내일이 되면 오늘의 기억은 쥐어도 오늘의 가슴은 내다 버리기로,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키는 것은 영원에의 약속. 눈을 보다 슬퍼지면 웃기로, 손을 잡다 두려워지면 손을 놓기로, 우리 그냥 그러기로 하고 하룻 밤을 아무 말 없이 보내자.

 이젠 두렵다. 척추를 타고 오르는 이 공포는 부정할 수 없다. 무엇을?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걸까. 상처도 배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건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간 두렵다. 대체 이게 무슨 병신이지.

 
 우습게도 네가 밝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또 불쾌하다고 말해주어서 고마웠다. 나 정말 병신인거 같다.

 







  04년의 그 날만 없었더라면 내 인생은 많이 변했을까. 약학의 위대한 발전덕에 가죽의 상처는 희미해졌지만 아아, 사실 그 상처야말로 가장 큰 상처.

 입이 쓰다. 목구멍이 간질간질, 또 다시 발악을 한다. 이해받고도 싶은걸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너 지금 빠져나가고 싶은걸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너 지금 그게 절실한걸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너 지금 , 아니, 어쩌면 너 지금.

 아니, 아니야, 아니,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점점 더 얇아지는것, 밀려오는 파도, 그리고 모래성. 버틸 수 있을때까지 버텨보자. 그리고 그 다음엔? 안 돼. 그러니까, 그러니까 한번 더.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잊는다. 

 
 나의 비틀린 비명소리 하나 하나, 나의 눈물 하나하나, 고름덩어리 하나하나, 다, 잊는다. 쉬운 일이다. 생각날때마다 잊으면 된다. 견디기가 어렵다면 한번쯤 더 다치면 될 일이다. 아아, 무기력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