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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하게 따라붙는 시선을 모른척 하는것은 수월했다. 확실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지 않은것으로 받아들이면 그 뿐이니까. 헷갈리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생각해버려야 한다. 그러면 지금은 좀 불쾌해도, 나중에 배신감따위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은게 언제던가. 나는 좀 많이 놀랐다. 그도 이런 목소리를 낼 줄 아는구나. 왜 다른사람들의 그에 대한 평가와, 내가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많이 상이한지를 알것 같았다. 그는 나에게만 다르게 대했던거고, 이제서야 다른사람들처럼 대해주는 것이다. 분명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아니라고 끝없이 다짐했건만, 희한하게도 다친 기분이 들었다. 

 S에게서 먼저 문자가 온 경우는 거의 없는데, 나또한 먼저 연락하지 않는 사람에겐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우리들의 연락은 매우 뜸한 간격을 두고 이루어지곤 했다. 신기하게도 끊어지는 법은 없었고, 비슷한 주기로 꼭 만나지곤 했다. 새벽 네시 반. 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자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라고 했다. 그게 끝이였다. 


 다친 입술과 귀 끝이 말해주고 있다.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한게, 지금 내 곁에 없다고. 그게 뭐냐면 온기라는 두 글자로는 채워지지 않는 아마도 나의 치부와 결부된 무언가 일거같다. 이름붙일 수 없는 무언가. 특별한걸 바라는건 아니다. 시렵지 않은 말들로 채워지지 않아도 좋으니까 시리지 않는 손길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와 함께 침대를 뒹굴던 그 여자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어떤 여자일까. 공부도 잘할거고, 얼굴도 예쁠꺼고, 아마 몸매도 좋을거고, 무엇보다 나처럼 성격이 베베 꼬여서 표현하나 못하고 지지리 궁상을 떨고 오해도 잘 안풀어주면서 오해하게 만들고, 속내를 드러내는데에 한없이 서툴면서 눈치는 더럽게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말이 없고 얌전한 요조숙녀겠지. 그는 그런 여자만 상대하니까.

 
  상처를 각오할 마음 한톨도 남아있지 않다. 빼앗겼다기 보단, 잃어버렸다. 어떻게 문대고 문대고 문대도 지워지지가 않고 . 그들은 왜, 라고 묻지만  어쩌면 그녀의 말대로 내 무의식적인 보호본능과 외상후 스트레스 때문인지도 몰라. 외상후 스트레스. 나도 모르게 그들을 상처줬는지도 몰라. 그렇지만 내가 나쁜걸까. 사랑의 폭이 좁아서 나를 다 감싸지 못한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말한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닐까.  이런 말이 위로가 되나? 아니, 핑계가 되고 점점 내 마음만 얄팍해진다.

 어느새 사랑은 얼어붙어 버리고 단지 온기라는 사실만으로도 담뿍 눈물을 글썽이게 할만한 가치를 지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알잖아, 이정도가지곤 되지 않아. 너무나 높은 경계에 그들은 의외라며 손사래를 쳤다. 알아야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르는채로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하나. 나는 등을 떠밀면서도 내쳐지는 기분을 몇번이고 되짚어야 했다.

 아직도 사랑은 사탕이고, 어린애의 혀엔 타르색소만 가득하고.